드래곤볼 세계관에는 불교와 도교의 요소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. 일본 문화 자체가 불교와 도교의 영향을 깊이 받았기 때문에, 토리야마 아키라가 의식적으로 설정하지 않았더라도 이러한 사상이 드래곤볼 세계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죠.
이를 몇 가지 주요 요소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.
1. 불교적 요소
① 윤회와 환생
불교에서는 윤회(輪廻)를 통해 영혼이 여러 생을 거듭하며 깨달음을 향해 나아간다고 합니다. 드래곤볼에서도 "죽음 = 끝"이 아니라, 사후 세계와 환생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합니다.
- 우부: 악한 마인 부우가 선한 인간으로 환생한 사례로, 업에 따른 윤회의 개념이 반영됨.
- 영혼의 이동: 사망한 캐릭터들은 지옥이나 천국으로 가고, 어떤 경우에는 환생도 가능함.
② 업과 그에 따른 보상과 처벌
불교에서는 "선한 행동을 하면 좋은 결과를, 악한 행동을 하면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"고 봅니다. 드래곤볼에서도 캐릭터들의 과거 행동이 이후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.
- 베지터: 잔혹한 전사였지만 점차 변하여 결국은 선한 길을 걷게 됨.
- 프리저: 수많은 생명을 죽이고 정복했기에 죽은 후 지옥에서 벌을 받음.
- 드래곤볼 자체: "선한 소원을 빌어야 용신이 들어줌"이라는 설정은 불교적 공덕(善行)의 개념과 유사함.
③ 초월적 경지와 깨달음
불교에서는 수행(修行)을 통해 해탈(깨달음)에 이른다고 합니다. 드래곤볼의 캐릭터들도 끊임없이 수행하여 초사이어인, 초사이어인 갓, 울트라 인스팅트 등의 경지에 도달합니다.
- 울트라 인스팅트: 불교의 선(禪)과 유사한 개념으로, 무아(無我)의 경지를 통해 모든 공격을 직관적으로 피하고 반응하는 능력.
- 초사이어인 변신: 수행과 깨달음을 통해 한계를 초월하는 과정.
2. 도교적 요소
① 신선과 불사의 존재들
도교에서는 수행을 통해 신선(神仙)이 되거나 불로불사(不老不死)의 몸을 얻는 개념이 있습니다. 드래곤볼에도 신선과 유사한 존재들이 많습니다.
- 카린(카린탑의 고양이 신선): 도교에서 신선이 높은 산에서 수행하는 것처럼, 카린탑에서 수련을 통해 강해짐.
- 무천도사(거북선인): '선인(仙人)'이라는 명칭부터가 도교적이며, 불로장생의 상징인 거북이를 상징.
- 드래곤볼: 소원을 빌면 생명을 연장하거나 부활할 수 있음 → 도교의 불로초 개념과 유사.
② 도교의 천계와 신들
도교에서는 우주의 조화를 관장하는 신들이 존재하며, 그 중 옥황상제(玉皇上帝)가 최고 신으로 등장합니다. 드래곤볼에서도 신과 관련된 개념들이 비슷하게 등장합니다.
- 계왕신: 도교에서 천상의 존재들이 인간계와 신계를 연결하는 것처럼, 드래곤볼의 계왕신도 우주를 관리하는 신적 존재.
- 파괴신(비루스): 도교에서 자연의 균형을 유지하는 개념과 유사하게, 파괴와 창조의 조화를 이루는 역할.
- 용신: 소원을 들어주는 용은 도교에서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며, 특히 '신룡(神龍)'이라는 이름 자체가 도교적 영향이 강함.
③ 음양과 대립하는 힘
도교에서는 세상의 모든 것이 음(陰)과 양(陽)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. 드래곤볼에서도 강한 대립 구조가 보입니다.
- 손오공(양) vs 베지터(음) → 결국 균형을 이루며 동료가 됨.
- 드래곤볼(창조) vs 파괴신(파괴) → 세계의 균형 유지.
- 천사(질서) vs 파괴신(혼돈) → 도교의 자연 조화 개념과 연결.
결론
드래곤볼은 명확히 특정 종교를 기반으로 한 작품은 아니지만, 일본 문화 속에 깊이 스며든 불교와 도교 사상이 자연스럽게 반영되어 있습니다.
- 불교: 윤회, 업보, 수행을 통한 초월.
- 도교: 신선, 불사, 천계, 음양의 조화.
이러한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섞이며, 드래곤볼 특유의 "끊임없는 성장과 조화"라는 주제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.